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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중요한 고통이란 것은 없어

누군가를 대할때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보이는 것 만으로는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모든 판단과 감정에 대한 그만의 배경을 알지 못할때 그 사람이 표출하는 무언가는 겉보기 현상에 불과하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그것이 다임에도 불구하고. 앞으로의 내가 내 감정을 상하게 하는 누군가를 평가하거나 비판하는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래본다 어느날 아침 나는 두 명의 내담자를 연이어서 상담했다. 두 사람 모두 40대의 엄마였다. 첫 번째 여성은 혈우병으로 죽어가는 딸을 두었다. 그녀는 상담 시간 내내 울면서 어떻게 신이 자기 아이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딸의 간호에 절대적으로 헌신하고 있었고, 임박한 상실 때문에 황폐해져 있었다. 그녀는 화를 내고, 슬퍼했다. 그리고 ..

카테고리 없음 2021.12.27

사람의 가치

사람의 목숨은 어떻게 측정할까? 굉장히 공격적인 질문이지만, 우리는 적정 선을 지켜야 한다. 왜냐 하면 목숨 값에 대해 과도한 프리미엄을 붙혀 버리면 도로 위의 차량은 사고가 나도 잘 죽지 않는 30km/h로 달려야 하며, 결국 시간을 도로 위에다 내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단순화해 실제 자율주행 업계에서 마주하는 선택상황을 가정하여, 다음과 같은 사고실험을 해보자. 1. 내 자율주행차의 가격과 사망확률 우리나라에서는 10만명당 6명 정도가 교통사고로 죽는다. (2020년 기준) 이는 약 0.006% 정도의 확률이다. 이때 자율주행차가 나와서 이 확률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고 가정하자. 최고급 자율주행차(A)를 타면 10만명당 1명이 죽는다. 반면 조금 값싼 자율주행차(B)는 "가끔" 오류가 나서 1..

자유로부터의 도피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종교단체는 선구는 인적 드문 곳에 작은 농장을 만들어 신도들이 교리에 따라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며, 신도들 끼리 가정을 꾸려 낮엔 농사를, 밤에는 그들의 성경을 읽으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 없이 주어진 역할에 따라 살 수 있도록 한다. 그들의 입가에는 항상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선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등장하는 종교단체이다. 도시에서의 삭막한 삶을 피해 선구의 낙원을 찾아 오는 새 신도들이 적지 않다. 같은 생활을 반복하며 반 정도 뇌사상태로 살아가도 괜찮다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생겨난다. 그들에게 있어서 행복한 생활에 자유가 필수조건은 아닌 것이다.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자유를 얻어 개인화되면 될 수록, 자발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무언..

끝이 있기에 아름다운 거야 [이기적 유전자]

빠르게 바뀌는 요즘 세상에서 오래된 과학 고전은 정말 드물다. 1976년 발매 이후 45년이 지나도 사랑받는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포스트이다. 진화라고 하면 흔히들 혼동하는 것이 내 몸에서 날개가 돋아난다거나, 갑자기 운동 능력이 상승한다거나 하는 개체 수준에서의 진화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디지몬, 포켓몬에서 진화라는 단어를 처음 듣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진화는 단순히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유전자의 탈것인 개체가 생존(번식)에 성공하지 못해 도태되면서 환경에 적응한 유전자가 살아남는 겉보기 현상을 진화로 정의하고 있다. 도킨스에 따르면 유전자는 마치 이기적 으로 생존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이든 불사하는 생존 기계 인 육체(개체)를 조종하는 파일럿 처럼 보인다. 실제로 유전자가 이기적인 동..

어제와 같은 오늘이 되기를

정신 없이 살다가 보니 어느덧 여름이 지나고 있었다. 문득 바라본 버스 창밖에 펼쳐진 한강은 너무 이뻤고 태어나기 전부터 흐르던 강물은 오늘도 여김없이 반짝였다 낡은 내 책 위에 펼쳐진 햇살과 구름이 낙서할 동안 오랜만에 본 하늘이 너, 한가하니 ? 라고, 묻는것만 같은데 내 작은 목소리가 하늘에 닿을까 그래서 만약 신이 한 가지 소원만 들어준다면, 어제와 같은 오늘이 되기를, 하고 작은 욕심을 담은 기도를 올리던 그런 날이었다.

우리를 굶겨 죽일 생각인가요?

오랜만입니다. 최근 암호화폐시장의 급락과 급등의 반복으로 원하지 않게 많은 소식들을 듣고 있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암호화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도 있고, 실제로 투자를 하는 친구들도 여럿 있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듣다가, 나중에는 걱정이 먼저 앞섰습니다. 암호화폐의 가치나 미래에 대해서는 차치하고, 왜 20, 30대가 그토록 소중한 자신의 청춘의 시기에 암호화폐라는 길을 택하게 되었을까 생각해봤습니다. ※ 그림에 다소 욕설이 난무할 수 있습니다 DC인사이드는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입니다. 왜 그들이 암호화폐에 손을 대게 되었을까요? 복지제도를 통해 노동계급과 중산층의 구매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그들의 곤경을 보상하려는 정책 대안, 또는 사회적 안전망 강화를 도모하는 ..

오컴의 면도날

오컴의 면도날 1. 간만의 나들이 어느덧 흐드러지던 벚꽃과 봄 향기를 무더운 여름 햇빛이 쏘아대며 쫓아내던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에 오랫동안 가지 못했던 강릉에서 개최되는 학술대회에 참가할 기회를 얻었다. 철없던 학부 시절 친구들과 해를 보자며 떠났던 겨울의 황량한 모습과 대비되는 따뜻한 도시에 도착한다. 연구실에서 틀어박혀 퀭한 눈으로 논문만 보고 있다 보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버릴 것만 같은 참을 수 없는 답답함이 생겨났다. 평소에는 그런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가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 특히 더 그런 느낌을 받은 것 같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치기 어린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았다. 2. All models are wrong, but some are useful 지도교수님과 열..

학술/학술대회 2021.05.06

사랑한다는 것

1. 고통 없는 삶이란 " 어린 소녀는 부모에게 벌을 받아 밤새 추운 옥외 변소에 갇혀 있었단다. 딸이 밤새 울어 대는데 부모라는 작자가 편히 잠자는 모습을 너라면 그냥 바라볼 수 있겠니? 그 어린 소녀는 영문도 모르는 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꽁꽁 얼어붙은 작은 가슴을 두드리면서, "온유하신 예수님"에게 이 끔찍한 곳에서 자기를 구해 달라고 기도했을까? 만약 그 어린 소녀를 죽도록 괴롭혀서, 그러니까 그 소녀가 옥외 변소에서 얼어 죽어야, 이 세상이 궁극적으로 완전한 평화를 얻는다는 약속이 있다면 너는 그 약속을 받아들이겠니? " 도스토옙스키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대체 하나님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세상을 만들었을까? 행복을 중얼거리던 순박한 여자아이에게 이런 가혹한 시련을 주다니 ! 하나님을..

자신의 가장 어두운 면을 마주할 용기

요즘 LH공사 투기사건으로 한국이 떠들썩합니다. LH 직원의 자살도 친한 형이 아끼는 지인의 이야기가 되어 버려서, 그리고 그 형이 너무나도 힘들어했기 때문에 마냥 남의 일인 것처럼 넘어갈 수가 없게 되버렸습니다. 사건에 대한 반응을 지켜보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람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더불어, 나도 그러한 입장이 되었을 때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이 뒤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복잡한 존재라, 실제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래서 오늘 이야기는 자신의 가장 어두운 면을 마주할 용기 입니다. 1. 신은 죽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 손에 피 한번 안 묻혀본 신병은 그야말로 전쟁영화의 클리셰 입니다. 라이언일병 구하기, 퓨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그들은 항상 ..

최첨단 시간 때우기 도구 (feat. 100 시간의 법칙)

나는 지하철을 탈 때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들의 옷 매무새, 머리 색깔, 그리고 행동들을 본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란 것을 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신경쓰지 않는다 지금 지하철에 있다면 한번만 둘러보자 정말 단 한명도 스마트폰을 안 보는 사람이 없다. 그야말로 최첨단 시간 때우기 도구이다. 유튜브의 힘은 대단하다. 유튜버의 한 시간은 다른 사람의 수백, 수천배 이상의 시간을 끌어들인다 유튜버들이 10분짜리 영상 하나를 만드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을지 모르겠다. 장담컨데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100시간이 넘게 걸리는 영상은 1%도 안되는 것을 장담한다. 그럼 10분짜리 영상을 5분동안 보는 사람이 1,200명만 되어도 6,000분이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