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목숨은 어떻게 측정할까?
굉장히 공격적인 질문이지만, 우리는 적정 선을 지켜야 한다.
왜냐 하면 목숨 값에 대해 과도한 프리미엄을 붙혀 버리면
도로 위의 차량은 사고가 나도 잘 죽지 않는 30km/h로 달려야 하며,
결국 시간을 도로 위에다 내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단순화해 실제 자율주행 업계에서 마주하는 선택상황을 가정하여,
다음과 같은 사고실험을 해보자.
1. 내 자율주행차의 가격과 사망확률
우리나라에서는 10만명당 6명 정도가 교통사고로 죽는다. (2020년 기준)
이는 약 0.006% 정도의 확률이다. 이때 자율주행차가 나와서 이 확률을 혁신적으로 개선했다고 가정하자.
최고급 자율주행차(A)를 타면 10만명당 1명이 죽는다.
반면 조금 값싼 자율주행차(B)는 "가끔" 오류가 나서 10만명 당 2명이 죽는다.
이를 단순화하여 비교하면
내 인생 동안 0.001% 확률로 죽을수도 있는 자율주행차 A (1억 원)
vs
내 인생 동안 0.002% 확률로 죽을수도 있는 자율주행차 B (2천만 원)
소비자는 둘 중에 무엇을 탈 것인가 ?
자율주행차는 사고가 잘 일어나지는 않지만 어떤 블랙스완이 일어나기만 한다면,
그 결과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자율주행 업체는 이런 식으로 마케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합리적인 이콘의 입장에서 계산해보자. 이것은 마치
내 목숨 값(MLV, My Life Value) 을 가진 물건에 보험을 드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내 물건에 대한 기대손실액에 보험료를 더한 값이 싼 쪽을 선택하는 것이 이득이기 때문에
A와 B 어떤 것을 선택하여도 같은 OMLV(Optimal MLV)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OMLV * 0.00001 + 10,000 = OMLV * 0.00002 +2000
이떄의 OMLV = 80,000 만원, 즉 8억원이다.
즉, 합리적 이콘의 입장에서 내 목숨 값에 대한 순현재가치가 8억원보다 비싸면 A, 8억원 보다 싸면 B를 구매하면 된다.
그렇다면, 어린이집에서는 A를 쓰고, 죽을 날을 앞둔 노인요양원에서는 B를 써야 할까?
2. 우리나라가 보는 평균 목숨 가격 : 7.2억
그럼 우리나라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고가 나오면 얼마의 손실이 난 것으로 계산할까?
한국교통연구원에서는 사망자의 생산손실 비용을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여기에 의료 비용, 물적 피해비용, 행정 비용을 더해주면 사망사고로 인한 피해비용을 계산할 수 있다.
그리하여 쭉 계산해보면, 우리나라 평균 국민의 사망 사고로 인한 목숨 값어치는 약 7.2억 원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들은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록 정교해지겠지만, 그러지 않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사실 이러한 계산이 정확하기를 기대하기 어렵고, 단지 일반적인 경향성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으며,
목숨 값에 대해 수치화하는 것 자체가 전체주의적 접근방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만약 교통사고 사망자중 제 2의 노벨상 수상자나, 빌 게이츠가 있었다면?)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예산에 맞게 자율주행차를 선택하겠지만,
그 선택에 내재된 목숨의 현재가치는 도로를 운영하는 사람의 선택을 위한 자료로 쓰일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될수록, 좀더 안전한 자율주행차, 안전한 속도를 추구하게될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서울의 5030 프로젝트는 그만큼 국가에서 생각하는
당신의 목숨값이 어느 정도 올라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참고자료 :
https://www.koti.re.kr/user/bbs/BD_selectBbs.do?q_bbsCode=1017&q_bbscttSn=20200522174708857&q_clCod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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