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종교단체는 선구는 인적 드문 곳에 작은 농장을 만들어 신도들이 교리에 따라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며, 신도들 끼리 가정을 꾸려 낮엔 농사를, 밤에는 그들의 성경을 읽으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 없이 주어진 역할에 따라 살 수 있도록 한다. 그들의 입가에는 항상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선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 등장하는 종교단체이다. 도시에서의 삭막한 삶을 피해 선구의 낙원을 찾아 오는 새 신도들이 적지 않다. 같은 생활을 반복하며 반 정도 뇌사상태로 살아가도 괜찮다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생겨난다. 그들에게 있어서 행복한 생활에 자유가 필수조건은 아닌 것이다.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자유를 얻어 개인화되면 될 수록, 자발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무언가를 생산하며 외부 세계와 결합하든가, 개인화를 포기하는 세계에 발을 들여 일종의 안전함을 구할 수 있을 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연적 혈연관계는 안전감과 외부 세계와의 일차적 조화를 제공해주는데, 어린 아이는 이러한 조화를 끊고 자신을 외부 세계와 떨어뜨리는 정도에 따라, 다른 사람들과 분리된 개체라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인간 존재와 자유는 그 발단부터 분리될 수 없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성장하며 점차 자연적인 혈연관계가 희미해질때, 자유와 독립을 추구하는 의지가 짙어진다. 이러한 과정에는 두 가지의 측면을 필연적으로 동반하는데, 한 가지는 어린아이의 육체적, 정서적, 정신적 성장이며, 또 다른 측면은 고독의 증대이다.
어린아이는 개인이 되어 홀로 위험하고 압도적인 외부 세계와 마주서게 되면서, 자신의 개체성을 포기하고 완전히 외부 세계에 몰입됨으로써 고독감과 무력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충동이 생긴다.
즉, 신도들에게 선구 밖의 자유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부담이 되었기 때문에 도피할 수 밖에 없던 것이었다. 자유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중한 목표가 될 수 있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는 도리어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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