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장 어두운 면을 마주할 용기
요즘 LH공사 투기사건으로 한국이 떠들썩합니다.
LH 직원의 자살도 친한 형이 아끼는 지인의 이야기가 되어 버려서,
그리고 그 형이 너무나도 힘들어했기 때문에
마냥 남의 일인 것처럼 넘어갈 수가 없게 되버렸습니다.
사건에 대한 반응을 지켜보면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람들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더불어,
나도 그러한 입장이 되었을 때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이 뒤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복잡한 존재라, 실제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요.
그래서 오늘 이야기는
자신의 가장 어두운 면을 마주할 용기
입니다.
1. 신은 죽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 손에 피 한번 안 묻혀본 신병은
그야말로 전쟁영화의 클리셰 입니다.
라이언일병 구하기, 퓨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
그들은 항상 전쟁에 참여하기 전까지
자신의 잔혹하고 무자비한 모습을 보따리에 감춰둡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스멀스멀 새어 나오는 썩은 내 나는 악취를
애써 무시하며 전장으로 이끌려 나갑니다.
상대방을 죽여야 내 동료가, 그리고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 다다릅니다
자신의 신념 아래 같이 잠을 자고
밥을 먹던 동료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신병은 그제서야 자신을, 신을 죽입니다.
신은 어디에 있지?" 그는 부르짖었다.
나 너희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신을 죽여버렸다, 너희와 내가!
우리 모두는 신을 죽인 자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일을 해내었단 말인가?
어떻게 우리가 바닷물을 다 마셔버릴 수 있었단 말인가?
누가 우리에게 지평선 전체를 닦아버릴 수 있는 스펀지를 주었단 말인가?
지구가 해의 궤도에서 풀려났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지구는 어디로 움직이고 있나?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모든 항성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나?
우리는 계속해서 추락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후진하고 있나? 측면으로 가고 있나? 직진하고 있나?
아니면 모든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가?
아직도 위쪽이 있고 아래쪽이 있나?
우리는 끝없는 허공을 방황하는건가?
허공의 흐름을 느끼지는 못하면서?
더 추워지는 거 아닐까?
계속해서 저녁만 반복되는거 아닌가?
신은 죽었다. 신은 죽어있다!
그리고 우리가 그를 죽여버렸다!
어떻게 우리는 스스로를 위로할 것인가?
살인자 중의 살인자인 우리는.
<즐거운 학문> - 니체
2. 자기 기만
자신의 인격 속에 내재된 잔혹함과
비인간성을 무시한 채로 살아가도,
개개인의 행복과 목표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자기기만이 장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우리가 이러한 동기에 의한 추론으로 자신을 속인다면
우리는 잘못된 신념 또는 망상을 고수하는 셈입니다.
단순히 내면에 내재된 비인간성에 대해
무지(한 척) 한 것 만으로도
손쉽게 다른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별 근거도 없이 타인의 견해를 무시하여,
사회적 마찰을 불러올 수도 있고,
흡연자가 흡연의 위험을 무시하여
자기 파괴에 이를 수도 있으며,
과학자가 자신에 이론에 위협이 되지 않는 자료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서
과학적인 대실수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내면의 가장 어두운 면을 정면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인정하고 고통받을 용기가 있는 자만이
진정으로 원하는 '가치'를 찾을 수 있을 자격을 얻는 것이 아닐까요 ?
3. 새로운 탐험
우리는 탐험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모든 탐험을 끝내면
우리가 출발한 곳으로 되돌아오리라
그때야 처음으로 그 곳을 알게 되리라
<리틀 기딩, 네 개의 사중주 중> - T.S. 엘리엇
어린 갓난 아기는 '가치' 라는 것에 대해 무지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가장 먼저
틀린 것과 옳은 것, 정당한 것과 불합리한 것,
그리고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를 배웁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간편한 가치판단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이분법적 사고에서 발견되는 모순을 통해서
가치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체화 할 수 있었고,
결국 이분법을 배우기 전의 갓난아기와 같은
순전히 나만의 가치만이 중요한 세계를 만들게 됩니다.
결국, 자신의 가장 어두운 면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로 되돌아 올 수 있으며,
그간의 탐험에 대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고,
새로운 탐험에 대한 준비가 된
당당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참고한 책
조던 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니체, 즐거운 학문
개리 마커스, 클루지